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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EBS)

lojoolodo 2024. 12. 7. 10:17

우리는 자본주의 속에서 살고 있다.

노동을 통해 소득을 얻고 번 돈을 소비하고 투자하고, 또 다시 노동을 통한 소득을 얻고 번 돈을 소비하고 투자하는 끝없는 굴레

그 과정에서 울고 웃고 작은 소비에 행복해하고 타인과 비교하며 나 자신이 작아지는, 자본주의 세상이란 그런 곳이 아닌가 싶다.

자본주의가 나쁜가? 사실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 하에서는 본인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대우를 받을 수 있으며, 사유재산이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 엄청난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가장 큰 단점은 부의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는 것, 특히 금융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도래한 현재의 금융자본주의 시대는 자산 버블을 형성하여 부유층의 부를 더 두텁게 만들었다. 3년 전 코로나 확산 당시 금융시장의 안정화를 위해 중앙은행은 완화적 통화정책과 유동성 공급을 실시하였으며, 이는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 폭등과 함께 자본주의의 단점을 더욱 극대화시킨 시기였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 간 상실감,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되면서 소위 말하는 한탕주의, 욜로가 더욱 심해졌다.

이 책은 우리가 삶 그 자체인 자본주의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자본주의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5개의 PART 중 PART 1과 PART 4가 제일 핵심이며, 현재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힘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알려준다.

자본주의는 자본, 즉 '돈'에 의해서 운영된다. 누군가 재화/서비스를 생산하면 이를 생산자와 소비자가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하고 돈을 벌어서 또 다른 재화와 서비스를 소비하고 남는 돈을 투자하여 자산을 불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산을 보유한 투자자에게 일정 수익률을 지급해야 하는데, 이 돈은 어디서 생기는 것인가?

만약 대한민국 전체에 있는 돈이 10000원이라면 누군가 10000원을 이자율 3% 은행 예금으로 예치했을 때 이자 300원은 어디서 나오는가?

만약 대한민국 전체에 있는 돈이 10000원이라면 누군가 사업을 위해 15000원의 자금이 필요하다면 은행은 어떻게 대출을 해주는가?

자본주의 시스템의 핵심은 '은행'이라고 생각한다. 은행이 실물로 보관하고 있는 돈만 사용한다면 예금/대출 업무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실제로 은행은 100의 예금을 받으면 그 중에 10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 90에 대해서 대출/이자 지급 등 지출하면서 시중 유동성을 부풀리는 역할을 한다.

즉, 은행은 세상에 없던 돈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은행의 신용창조를 통해 통화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시중 통화량이 늘어나면 상품 대비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므로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 것이다.

은행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대출과 예금 금리 차이인 예대금리차를 통해 이루어진다. 은행이 대출/예금 업무를 하면 원금에 더해지는 이자만큼 돈이 계속 필요하므로 중앙은행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화폐를 발행한다. 즉, 자본주의 시스템이 유지되려면 대출과 통화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대출과 통화량이 계속 늘어나다보면 문제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은행이 대출을 늘리고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늘리면 인플레이션이 계속되는데, 문제는 경기가 둔화되기 시작하면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고 자산 가격의 버블이 터지면서 기업이 파산하게 된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나 최근 코로나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 미국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자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가계/기업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경기 팽창-수축 사이클은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순환 과정으로 러시아 경제학자의 이름을 따서 '콘드라티예프 파동'이라고 불린다.

현대 자본주의는 경기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여 부의 양극화를 심화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부의 재분배를 요구하고 있다. 과거에도 자본주의의 부작용이 이렇게 심했는가?

자본주의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자본주의 시장 원리의 기초 매커니즘인 분업과 전문화에 대해 얘기하였다.

아담 스미스는 '가난한 사람들이 어떻게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연구하여 자본주의와 시장 개방에 대해 주장했다.

- 모든 상품의 가치는 노동에 의해 생기므로 상품의 교환가치는 상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간 노동량으로 결정해야 한다.

- 가격은 시장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결정될 것이고 완전한 자유시장 체제가 이상적일 것이다.

- 개인은 본인의 이기심에 의해 이익을 추구하며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자유로운 시장 체제 하에서 상품의 가치가 결정되고 생산과 소비를 통해 국가의 부가 증가하고 개인이 잘 사는 사회가 올 것이다.

당시 자본주의는 이상적이면서 개인의 노력에 의해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합리적인 체제였다.

하지만 자본주의 하에서 자본가들의 부는 계속 증가하고 노동자들은 고통받고 있다.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가난한 사람은 왜 항상 가난한가'에 대해 생각하였다. 마르크스가 자본론에서 내린 결론은 잉여가치에 대한 배분이 공평하지 않기 때문이다. 재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투입된 재료/자본비용/노동비용이 있다면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노동비용은 줄이고 남은 몫을 본인이 더 가져가려고 한다는 것이다. 더 많은 부를 축적하려는 자본가의 욕심으로 노동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를 착취하거나 기계로 대체하여 실업률이 상승하게 되고, 결국 프롤레타리아 혁명과 함께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로 대체된다는 것이다.

마르크스의 주장은 상당히 타당성이 있고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고 있다. 하지만 사회주의라고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며, 결국에는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국가들은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살아남았다. 어쩌면 인간의 이기심이 엄청난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건 아닐까. 자본주의 또한 사람이 만든 체제이고 사람들이 모여사는 사회에서 운영되다 보니 단점이 없을 수는 없다. 현대 사회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부작용을 야기하였지만, 그럼에도 자본주의란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경쟁심리를 자극하는 가장 합리적인 체제가 아닐까 싶다.

그러므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이라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시스템에는 없는 '이자'가 실제로는 존재하는 한, 우리는 다른 이의 돈을 뺏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만 한다.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PART 1 '빚'이 있어야 돌아가는 사회, 자본주의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