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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강용수)

lojoolodo 2024. 12. 7. 10:08

마흔이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나이이다. 그와 동시에 인생의 변곡점으로 작용하는 시기이다. 가정, 직장, 인간관계, 그리고 본인 자신에 대하여 생각이 많아지고 앞으로의 선택에 따라 남은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시기이다. 이러한 시기일수록 주변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해답을 쇼펜하우어의 철학에서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책에서는 쇼펜하우어의 인생관과 함께 마흔 살, 즉 인생의 중후반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우리 자신과 삶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 지에 대하여 얘기하고 있다.

쇼펜하우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자이자 자살예찬론자로 알려진 독일 철학자이다. 그는 인생에 관한 여러 가지 명언을 남겼는데, 그 중 가장 유명한 말은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이다. 인생이 항상 행복으로만 가득한 것은 아니지만, 삶 자체가 원래 괴로움으로 가득 찼다는 주장을 들으면 염세주의 철학자라는 말이 와닿는다.

하지만, 정말로 쇼펜하우어가 삶을 비관적으로 보고 우울하게 살았는가? 실제로 쇼펜하우어는 본인의 인생을 행복하게 살았으며, 자살 및 우울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본인 스스로 자존감이 높아 인생이 잘 안 풀리던 시기에도 좌절하지 않았고, 45세 이후 학계에서 유명해지면서 전 세계에 이름을 날렸다고 한다. 그렇다면 쇼펜하우어는 왜 삶이 고통이라는 얘기를 했으며, 부정적인 수식어가 붙은 철학자가 되었는가? 그 이유에 대해 지금부터 얘기해 보고자 한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행복의 핵심은 고통을 줄이고, 피하고, 견디는 것에 있다. 즉, 내가 얼마나 외부적인 성취(성공, 부, 명예)를 이루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내부적인 성취이다.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과 능력이 다르므로, 각자의 개성을 고려하여 본인 자에게 집중하고 인생의 즐거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1) '이 세상의 모든 생물은 살려는 의지를 충분히 갖고 있으나 이 의지가 충분히 만족되지 않기 때문에 산다는 것은 괴로운 것이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본성을 '삶에 대한 맹목적 의지'로 규정하였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인간이 괴로운 것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욕망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로 삶을 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는가? 바로 욕망에 대하여 자각하고, 이를 잘 다스린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

2) '삶은 진자처럼 고통과 무료함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데, 사실 이 두 가지가 삶의 궁극적인 요소다.'

쇼펜하우어는 불행의 두 가지 원인으로 고통과 권태를 얘기한다. 인간은 본인의 결핍에 대해 괴로워하고, 이 부분을 채워나가며 결핍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낀다. 그렇다면 그 뒤로는 영원한 행복이 기다리는가? 그렇지 않다. 결핍의 충족을 넘어서 초과한다면, 과잉에 도달한다면 그대로 또 다시 불행해지는 것이 인간이다. 예를 들어 배가 고파서 음식을 먹으면 처음에는 기분이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음식을 너무 많이 먹게 되면 포만감을 넘어서 불편하고 고통스러워질 것이다. 돈 또한 마찬가지이다. 가난한 사람은 돈이 없는 것이 고통이다. 하지만 부유층의 경우 돈이 너무 많아도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무료와 권태를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 즉, 인간의 삶은 결핍과 고통, 그리고 과잉과 무료 사이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영원한 행복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평생 괴로워하기만 하는가? 쇼펜하우어는 행복과 불행의 원인을 외부/내부에서 바라보고 해결할 것을 권한다. 본인의 고뇌를 외부 환경 탓으로 돌리지 않고 이를 대하는 관점을 바꾸려고 노력하면서, 삶의 무료함과 공허를 극복하기 위해 내적인 풍부함을 추구하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얘기로 들린다.

3) '하나의 고통은 열의 쾌락에 맞먹는 힘을 가졌다.'

쇼펜하우어는 모든 쾌락과 행복은 소극적인 성질을 띠는 반면, 고통은 적극적인 성질을 띠기 때문에 행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삶에서 쾌락을 늘리는 것보다 고통이 줄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내가 살아가면서 가진 것들, 이뤄낸 것들에 대하여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건강, 재산, 가족 등 일상적인 소중함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하지만, 만약 이들이 사라지게 된다면 어떨까?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잊지 말자는 말이 있듯이 지금 가진 것들에 감사하고 행복할 줄 알아야 한다. 물질적인 성취가 크지 않더라도, 정신적인 고통과 고민이 없는 삶이야 말로 행복한 삶이 아닐까? 누군가는 이에 대해 만족하며 살고, 다른 누군가는 불만족하여 고통스러워할지도 모른다. 개개인의 성격에 따라 세상을 받아들이는 그릇이 다르지만, 끝없는 노력한다면 마음의 그릇을 넓힐 수 있다. 즉, 본인의 욕망과 능력을 정확히 알고 이 두 가지를 일치시키기 위해서 분수에 맞게 살거나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해야 한다.

4) '자살이란 비참한 이 세상에서 실제적인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단지 엉터리 구원을 받는 것에 지나지 않으므로, 최고의 도덕적 목표에 도달하는 것에 배치된다.'

쇼펜하우어는 죽음을 통해 고통은 줄어들지 않는다고 본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죽음을 선택하여 삶을 끝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세계가 바뀌지 않고 대다수 사람들은 여전히 삶에의 의지를 이어가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은 계속해서 인생을 살고 싶어 한다. 자살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쇼펜하우어는 그들이 너무 인생을 사랑했고, 누구보다도 잘 살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생을 마감한다고 하였다. 즉, 삶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두려움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유한한 수명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와 미래에 집착하고 걱정하기보다는 현재에 집중하여 지금 이 순간의 나에게 집중해야 한다.

위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쇼펜하우어는 삶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비관적인 언어로 표현하였지만, 사실 누구보다도 삶에 대한 애착이 강하고 행복한 삶을 사는 방식에 대해 고민했던 사람이다. 냉소적이면면서도 현실적인 그의 조언들은 나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지만, 곱씹어보면 삶의 여러 바이러스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는 백신과도 같은 존재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대해 알게 된 점은 좋았지만, 사실 아쉬운 부분들도 많았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에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쓴 줄 알았다. 책 목차 또한 쇼펜하우어의 격언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기대감이 컸다. 하지만, 책을 읽은 후 느낀 점은 시중에 나오는 자기계발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었다. 자기계발서의 결론은 항상 '주변에 흔들리지 말고 본인의 내면에 집중하자.'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 또한 그러한 클리셰를 따른다. 내가 바란 내용은 쇼펜하우어 90% + 자기계발서 10%인데, 막상 나에게 남은 것은 쇼펜하우어 10% + 자기계발서 90%였다. 책의 내용에 실망해서인지 1~5장 중 3~5장은 일반 자기계발서와 내용이 크게 다르지 않아 페이지를 빨리 넘겼던 것 같다. 좀 아쉬운 느낌이 있지만, 그래도 어떻게 살아갈지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삶은 진자처럼 고통과 무료함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데, 사실 이 두 가지가 삶의 궁극적인 요소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