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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싱글 인 서울(박범수/이동욱, 임수정)

lojoolodo 2024. 12. 2. 21:58

 

싱글 인 서울

- 개봉 : 2023.11.29

- 장르 : 멜로/로맨스, 코미디

 

 

 

 

 

 

 

 

 

모든 사람들은 일생 동안 여러 사람과 다양한 관계를 맺고 산다. 직장 동료, 친구, 지인 등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상대하면서도 우리는 마음 한편에 공허함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단 한 사람, 연인을 항상 바라고 연애와 결혼을 위해 분주히 노력한다. 하지만 연인이 없다면 내 인생은 정말로 슬픈 것인가? 누군가 함께 있는 것이 아닌, 나 혼자만의 인생을 즐기는 것으로는 행복하지 않을까?

영화 '싱글 인 서울'은 두 명의 싱글에 대한 이야기이다. 혼자라서 좋은 영호(이동욱)와 혼자여도 괜찮은 현진(임수정), 두 명이 만나 서울에서 사는 싱글의 삶을 다룬 에세이를 출간하는 과정을 다룬다. 포스터에 나와 있듯이 '혼자가 좋지만 연애는 하고 싶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영화의 구성이나 대사 등이 진부하지 않아서 좋다. 중간중간 나오는 대사와 상황들도 유머러스하고 영호와 현진이 에세이를 출간하기 위해 서울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데, 이를 보여주는 영상미도 훌륭했다. 전체적으로 영화 연출과 연기 밸런스가 잘 맞아 보기 편안하고 재밌었다. 후반부 영호가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게 되면서 한층 더 성숙해지고 마음의 문을 여는 모습은 뻔하긴 해도 기분 좋은 마무리였다. 클리셰 안에 있으면서도 진부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영화이기에 좋았다.

다만, 영호가 싱글 라이프를 고수하는 이유와 이를 풀어가는 서사가 아쉬웠다. 극 중 영호는 자신의 첫사랑과 찌질했던 과거에 대한 부끄러움과 상처로 싱글 라이프를 고수한다. 일종의 트라우마로 인해 혼자 지내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영호의 싱글 라이프에 좀 더 딥한 이유가 있기를 바란다. 가령, 안정적이고 성공한 삶에서 굳이 타인을 통한 행복을 얻을 필요가 없다고 느꼈거나, 처음부터 인간관계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았다는 설정이 있으면 어땠을까? 인간은 결국 사회적인 동물이자 타인과 유대관계를 형성하며 살아야 하기에, 오롯이 혼자이기만 할 수는 없다는 메시지가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럼에도 한 번쯤은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 밸런스가 좋고 연기하는 모든 배우들의 캐릭터가 찰떡이고 무엇보다 보면서 마음이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였다.

인생에서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는 사람을 만난 확률이 얼마나 될까. 누군가를 만나 생각을 공유하고, 취향을 맞춰가고, 함께 지낸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혼자라서 좋은 남자와 혼자여도 괜찮은 여자가 만나 혼자여서 좋은 사람들이 되어가는 과정, 나의 중심을 유지하면서도 타인에게 내어줄 공간이 있는 성숙한 사람이 되는 것. 영화 '싱글 인 서울'이 하고 싶은 얘기가 아닐까.

 

혼자라서 좋다? 혼자여도 괜찮다?
혼자여서 좋다.

-싱글 인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