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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보트하우스(욘 포세)

lojoolodo 2024. 12. 2. 21:43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노르웨이의 작가인 욘 포세이다. 작년 12월 밀리의 서재에서 욘 포세의 소설 중 하나인 '보트하우스'를 추천하는 게시글을 보고 흥미가 생겨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의 등장인물과 줄거리는 간단하다. 주인공인 '나'와 크누텐, 그리고 크누텐의 아내가 지난여름에 겪은 사건에 대하여 회고하는 내용이다. '나'와 크누텐은 학창 시절 막역한 친구 사이였으며, 아지트인 보트하우스에서 여러 시간과 추억을 공유했다. 하지만 졸업 후 '나'와 크누텐 간 연락은 끊어졌으며, 크누텐은 가족들과 고향으로 휴가를 오면서 십여 년 만에 '나'와 재회한다. 고향 친구와 오랜만의 만남이지만 그들의 관계는 예전과 사뭇 다르다. 시간이 흐른 만큼 사는 환경도 달라지고 추억도 희미해지면서 점점 멀어졌다. '나'는 직업도 없고 인간관계도 단절된 삶을 살고 있다. '나'와 반대로 안정적인 직업과 가정을 가진 크누텐을 보면서 불안함을 느껴 강박적으로 글을 쓴다. 반면 크누텐은 과거 '나'와 이성 문제로 관계가 틀어졌으며, '나'에게 호감을 느끼는 본인의 아내를 보면서 불안함을 느끼고 아내의 위치를 추적한다.

200페이지가 넘는 소설이지만 줄거리는 위에 서술한 정도이다. 등장인물들은 배낚시, 무도회 등 일상적인 시간을 함께 보내는데 그 과정에서 인물들의 불안함과 혼란스러운 내면이 소설에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특히 소설의 형식적인 측면에서는 대화 없이 서술로만 이루어지고, 문장이 짧다는 특징이 있다. 이 부분은 '나'와 크누텐의 복잡한 생각과 내면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장치인 것 같다. 소설을 읽는 독자 또한 불안하게 만들면서 소설의 분위기를 더욱 살리는 요소였다. 그들의 내면은 왜 불안하게 묘사되었을까. 사람은 모두 내면의 공허와 결핍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물질적인 요인, 또 다른 누군가는 정신적인 요인이 불안함을 야기할 것이다. 이러한 인간 근원적인 특성에 대해 표현하고자 욘 포세는 줄거리를 간소화하고 읽는 사람을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소설을 집필한 건 아닐지 생각이 든다.

 

이제 이 불안감을 견딜 수가 없다. 따라서 나는 내 글쓰기를 끝낸다.

-보트하우스(욘 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