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 퀀트투자의 법칙』 - 영주 닐슨
금융과 투자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퀀트(Quant)'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 퀀트라는 기법이 대세가 되었다. 하지만 이 단어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고 생각된다. 퀀트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알고리즘, 인공지능(AI)투자?
그렇다면 프로그래밍과 알고리즘을 다루지 못한 사람들, 정교한 데이터를 다루지 못하는 사람들은 퀀트가 될 수 없는 것인가?
이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 퀀트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 혹은 퀀트의 기초에 대해 알고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리뷰에서는 책의 내용을 토대로 퀀트 투자에 대한 기초, 그리고 필자의 생각을 정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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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사람은 합리적인가?
투자의 기본은 무엇인가? 가격이 낮은 자산을 사서 가격이 높을 때 파는 것이다.
사람들이 합리적이라면 가격이 많이 오른 주식은 팔고, 가격이 떨어지는 주식은 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사람이 합리적으로 투자하는가?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유진 파마, 로버트 쉴러, 피터 핸슨, 금융을 공부하거나 투자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들의 이름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이 수상자 명단은 사람이 합리적이면서 비합리적인 존재임을 금융 시장에서 인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진 파마는 효율적 시장가설(EMH, Efficient Market Hypothesis)을 통하여 시장은 이성적이기 때문에 시장 가격에는 이미 모든 정보가 모두 반영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즉, 자산의 가격이 변화하는 것은 어떠한 정보가 발생했기 때문이고, 이를 반영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움직이는 것이다. 파마의 주장에 따르면 시장의 가치는 자산의 내재가치(intrinsic value, 본질가치, 자산의 진정한 가치)이기 때문에 개인은 시장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없다.
반면 로버트 쉴러는 행동재무학(Behavior Finance)의 대표 주자로써 시장은 많은 경우 비이성적이기 때문에, 개인은 시장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어떤 자산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시장 가격과 내재가치가 같지 않으므로 고평가된 자산을 팔고 저평가된 자산을 사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유진 파마의 주장과는 상반되는 것이다.
사실 둘 다 맞는 말이다. 대부분의 경우 합리적인 개인이 모인 시장은 자산의 내재가치를 잘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은 이성적이면서도 비이성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내재가치와 시장가격의 차이가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이를 알아챈 소수의 전문가만이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시장가격과 내재가치의 차이가 많이 나는 자산(종목)을 찾아서 투자해야 한다.
그렇다면 특정 자산(종목 or 섹터도 마찬가지)의 저평가/고평가는 어떻게 판단하는가? 가격이 상승할 지 하락할 지는 또 어떻게 할 수 있는가?
2019년 8월 14일 기준 삼성전자의 종가는 43,700원이다. 이는 적정한 가격인가? 앞으로 주가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개개인의 생각은 모두 다를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정답은 모른다. 누군가는 반도체 산업이 불황이기 때문에 하락한다고 할 수 있고, 또는 그래도 삼성이지! 라며 주가 싸이클이 저점을 찍었으니 상승할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이 상황에 대하여 좀 더 객관적인 판단을 할 수는 없을까? 우리는 과거 데이터를 이용하여 좀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위해 퀀트라는 방법론을 사용하는 것이다.
- 퀀트 투자란 무엇인가?
퀀트 투자란 펀더멘털, 시장가격, 거래량 등의 데이터를 분석하여 숫자, 알고리즘으로 변환하여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데이터를 이용하여 자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소/상황을 찾아서 투자하는 것이다. 가령,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발표되었는데 이전 분기보다 증가한 경우 주가가 오르는 패턴이 보인다면 우리는 이를 활용하여 매수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
그렇다면 퀀트는 만능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퀀트 투자 역시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한다.
이는 1) 모든것을 공식으로 정리하려고 한다. 2) 모든 것을 수치화한다. 3) 이미 경험한 환경을 바탕으로 최적화한다.
즉, 과거 데이터를 이용하여 수익률이 잘 나왔던 이유를 찾고, 이를 공식으로 만드는 것이 퀀트인데 중요한 것은 미래 자산 가격이지 과거가 아니다.
모의고사에서 1등급을 받았다고 수능에서도 1등급이 나온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투자도 마찬가지이다. 퀀트 또한 우리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방법론일 뿐이고, 전략을 잘 짜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매크로, 산업, 기업을 분석하는 정성적 분석과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한 정량적 분석(퀀트) 두 가지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투자 방법은 퀀터멘탈(Quantamental)이라고 한다.
람은 때로는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시장이 움직일지는 모른다. 따라서 데이터를 아무리 잘 분석하고 그럴듯한 결과를 도출한다고 해도 경제와 금융시장은 하나의 모델로 설명할 수 없다. 정답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데이터를 분석하되, 시장 전체를 바라보는 직관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필자는 이것이 아직까지 인공지능, 머신러닝이 사람 펀드매니저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 퀀트 투자의 기본은 데이터이다.
"Garbage in, Garbage out"
앞에서 퀀트 투자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투자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라고 했다. 즉, 아무리 좋은 전략이라도 데이터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 전략을 짜기 전, 양질의 데이터(raw data)를 가공하여 오류를 고쳐야 한다. (데이터 클리닝). 그렇지 않으면 편향되고 잘못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데이터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기업 재무제표, 거시경제지표, 가격지표(주가) 등은 쉽게 이용할 수 있지만, 사람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센티멘트 데이터, 정성적인 부분을 나타내는 대안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어렵다. 과거 퀀트는 대안 데이터를 제외한 정량적 데이터만을 사용했으나, 최근 헤지펀드에서는 정성적 데이터를 수집, 수치화하여 시장 분석 및 모델링에 사용하는 추세이다. 어떤 데이터를 사용할 지는 본인에게 달려있지만, 적절한 데이터를 이용해야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데이터 가공을 완료했다면 자산의 수익률과 리스크(위험)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찾아야 한다. 이를 팩터(Factor)라고 한다.
팩터 투자란 퀀트 방법론 중 하나로 자산의 수익률과 리스크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찾아서 리스크 대비 수익률이 높은 지 찾아서 포트폴리오를 구성, 투자하는 기법이다.
예를 들어 파마-프렌치의 3요인 모형(Fama-French 3 Factor Model)에서는 주식 수익률을 Size, Value, Market이라는 3가지 팩터로 분석한다.
연구에 따르면 규모가 작은 기업(Size), 장부가격 대비 시장가격이 낮은 기업(Value)일수록 주식 수익률이 높다고 한다. 여기서 Size와 Value는 각각 시장의 수익률과 리스크를 설명하는 요소인 팩터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팩터 투자는 ETF이다. 대표적으로 시장에서는 스마트베타ETF를 이용하여 로우볼, 퀄리티, 밸류 등의 팩터를 찾아내고 시장 상황에 따라 위험 대비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팩터 ETF에 자산을 배분하고 있다.
언뜻 보면 간단해 보이지만 팩터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다. 팩터를 찾았다고 하더라도 팩터의 형태에 따라 전략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당 수익률을 하나의 팩터로 사용할 때 이를 그대로 넣을 것인가 혹은 제곱값을 넣을 것인가? 이는 투자자의 판단에 전적으로 달려있다. 즉, 동일 팩터를 사용하더라도 무궁무진한 공식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팩터 조합을 통한 전략을 구성하는 것이 끝이 아니다. 이 전략이 과연 시장에서 잘 먹힐 것인가를 알아봐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데이터를 이용하여 과거 시장 상황에서 전략을 이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 지 시뮬레이션을 한다. 이를 백테스팅(Back-Testing)이라고 한다. 백테스팅 시에 주의할 점이 있다. 바로 맹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앞에서도 계속 언급했지만 과거가 항상 미래에 반복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미래가 과거와 같이 흘러갈 것이라는 전제 하에 백테스팅을 실시한다. 그렇기 때문에 백테스팅 결과가 100% 미래에 재현된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백테스팅을 통해 전략의 허점은 없는 지, 실현 가능한 전략인지 한 번 더 체크할 수 있다.
백테스팅은 Out-of Sample 테스트로 보완할 수 있다. 1995년부터 2015년까지 데이터가 있다고 가정할 때, 1995-2010년까지 데이터로 모델을 만들고 테스트를 한다.(Training Set) 그리고 2011-2015년 데이터로 구축한 전략에 대해 테스팅한다. (Out of Sample test) 그럼에도 불구하고 1) 거래비용 2) 슬리피지 3) Bid-Ask spread 4) 마켓 임팩트 등 다양한 요소로 백테스팅을 완벽히 하기는 어렵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서 우리는 과거 데이터들을 이용하여 미래 예측 지표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과거 배당 수익률이 높았던 기업들의 주가가 상승세라면?? 배당수익률이 미래 주가가 오를 기업을 스크리닝 하는 하나의 지표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중요한 것은 팩터와 수익률, 리스크 간 논리적인 연관성이 있어야 한다. 전혀 논리적인 연관성은 없는데 상관관계가 높다는 이유로 팩터로 사용할 수 없다.
정리하자면, 퀀트란 데이터를 활용하여 합리적인 투자를 뒷받침하는 방법론이며, 정성적 분석과 같이 사용할 경우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퀀트 투자에는 머신러닝, 알고리즘투자, 초단타매매, 팩터투자 등이 있으며 주로 팩터투자를 이용하여 미래에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주는 전략을 구성한다.
팩터를 찾기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 능력, 경제와 금융시장을 보는 눈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논리적인 사고이다.
필자는 과거에 퀀트를 기반으로 한 팩터 투자를 한 적이 있다. 당시 PER, PBR, 부채비율 등 여러 팩터 조합을 이용하여 위험 대비 수익률이 높은 전략의 조합을 찾아내기 위하여 시장을 들여다보고 데이터를 받아서 정리하고, 그러다가 중간에 잘못된 부분이 보이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퀀트는 잘 사용한다면 나의 전략에 부스터를 달아줄 수 있는 강력한 무기이다. 복잡한 모델링이 꼭 좋은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흐름을 얼마나 잘 읽고 캐치하느냐이다. 퀀트에 선입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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